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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비는 아픈 것도 서러운데 지갑까지 무겁게 만들죠. 간질환도 ‘산정특례’에 해당하면 본인부담이 5% 또는 10%로 줄 수 있어요. 간암, 특정 희귀·난치 간질환, 그리고 ‘출혈 동반 간경변’의 조건까지 한 번에 정리해요.

1) 산정특례 : 병원비를 덜어주는 국가 제도
진료실에서 종종 듣는 말이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운데, 산정특례 코드 넣어주면 안 되나요?”예요. 마음은 이해되지만 산정특례는 “어려우면 해주는 제도”가 아니라, ‘기준에 해당하는 질환’에 대해 국가가 진료비 부담을 낮춰주는 제도입니다. 즉, 의사가 마음대로 넣어주는 게 아니라 진단과 조건, 절차가 있어야 등록이 가능해요. 그래서 실제로 간경변이 있어도 ‘간암’이 없으면 간암 산정특례로 등록할 수 없고, 기준이 안 맞으면 적용이 어렵습니다. 그래도 중요한 건, 내가 해당되는지 모르고 놓치는 경우가 꽤 있다는 점이에요. 간이 안 좋아 병원을 자주 다니다 보면 검사·약·시술로 돈이 계속 들어가는데, 산정특례는 급여 항목에서 본인부담률을 확 낮춰주기 때문에 체감이 큽니다. 오늘은 간질환에서 어떤 경우에 산정특례가 가능한지, 그리고 어디까지 적용되는지 현실적으로 정리해 볼게요.
2) 간암 등 ‘중증질환’ 산정특례: 급여 본인부담 5%
산정특례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축이 ‘중증질환’, 즉 암입니다. 간질환 중에서는 ‘간암’이 대표적으로 여기에 해당하고, 등록되면 급여 진료비에 대해 본인부담이 보통 5% 수준으로 내려갑니다. 여기서 꼭 짚어야 할 포인트가 있어요. 첫째, 5%는 모든 의료비가 아니라 ‘급여’ 항목 기준이라는 점입니다. 비급여는 산정특례와 별개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둘째, 간암 산정특례가 있다고 해서 병원 갈 때마다 무조건 5%만 내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간암이 있는 사람이 피부과에서 여드름 치료를 받는 경우처럼, 간암과 관련이 없는 진료는 산정특례 대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즉, “간암(또는 해당 중증질환)과 연관된 진료”에서 혜택이 적용된다고 이해하면 정확합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C코드나 D코드를 주진단으로 진료를 볼 때 산정특례 혜택이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어요. 결론은 간암 진단을 받았다면 ‘등록 여부’를 꼭 확인하고, 어떤 진료가 산정특례 적용인지도 병원에서 같이 물어보는 게 좋습니다.
3) 희귀·중증난치(희난치) 산정특례: 본인부담 10%, 간질환은 6가지
암(중증질환)만 산정특례가 되는 건 아닙니다. ‘희귀 및 중증난치질환(희난치)’도 산정특례 적용이 가능하고, 이 경우 본인부담률은 10%로 알려져 있어요. 암의 5%보다는 조금 높지만, 일반 부담과 비교하면 비용 절감 효과가 분명합니다. 간과 관련된 희귀 난치 질환은 총 6가지예요. (1) 자가면역성 간염: 내 면역이 내 간을 공격하는 질환. (2) 원발성 담즙 담관염: 과거 ‘원발성 담즙성 경변증’으로 불리던 질환으로, 면역세포가 작은 담관을 공격. (3) 원발성 경화성 담관염(PSC): 면역세포가 큰 담관을 공격하는 질환. (4) 윌슨병: 특히 간에 ‘구리’가 침착. (5) 혈색소증: 특히 간에 ‘철분’이 축적. (6) 버드-키아리 증후군: 간에서 심장으로 돌아가는 길목(간정맥)이 막히는 희귀 질환. 내가 이 리스트에 해당되는 진단을 이미 받았는데도 산정특례 등록을 못 했을 수 있어요. 진단명만 보고 ‘아무나 되는 건가?’ 싶을 수 있지만, 실제 등록은 병원에서 기준에 맞춰 진행하는 절차가 필요하니, 진료 때 “희난치 산정특례 등록 대상인지”를 구체적으로 문의해 보면 좋습니다.
4) 2024년부터: ‘출혈 동반 간경변’은 희난치(D68.4) 가능 조건이 있다
간경변은 합병증도 많고 검사·입원도 잦아 부담이 큰데, 원문에 따르면 2024년부터 ‘출혈이 있는 간경변’ 중 일부 조건을 만족하면 희난치 산정특례로 등록 가능한 길이 열렸습니다. 핵심은 “간경변이면 다 된다”가 아니라, ‘응고인자 결핍이 동반되고 임상적으로 심한 출혈이 확인된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이에요. 조건은 크게 두 덩어리로 이해하면 됩니다. 첫째, 중증 간질환으로 인한 간기능 부전으로 응고인자 결핍이 지속되고 PT/INR 수치가 1.7을 넘는 조건. 둘째, 임상적으로 심한 출혈 소견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내시경적으로 정맥류 결찰을 했다든지, 출혈 부위가 명확하면서 헤모글로빈이 7 미만이거나 이전과 비교해 5 이상 떨어진 경우 등이 언급돼요. 그리고 또 하나, 다른 원인에 의한 응고장애가 아니어야 한다는 조건도 포함됩니다. 이 조건을 충족하면 ‘D68.4(간 질환에 의한 응고인자 결핍)’로 희난치 산정특례 적용 가능성이 생깁니다. 만약 과거에 토혈·흑변·정맥류 출혈 등으로 치료를 받았고, 검사에서 PT/INR이 높게 나왔던 기억이 있다면 “혹시 D68.4 기준 해당되는지”를 주치의에게 꼭 물어보는 게 좋겠습니다.
5) 오해가 많은 포인트: “간이 안 좋다”와 “산정특례 대상”은 다르다
산정특례 이야기에서 가장 많이 생기는 오해는 “간이 안 좋으면 다 지원받는 거 아닌가요?”입니다. 현실은 조금 다릅니다. 간경변이 있어도 간암이 없으면 ‘간암 산정특례’로는 등록이 안 되고, 희난치 6개 질환 진단이 없으면 희난치로도 바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또 출혈 동반 간경변도 ‘출혈 + 응고인자 결핍(PT/INR 조건) + 다른 원인 배제’ 같은 기준이 필요합니다. 즉, 진료실에서 “코드 좀 넣어주세요”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진단을 받았고 어떤 임상 조건을 충족했는지가 핵심이에요. 그래도 희망적인 부분은 분명합니다. 간암은 5% 부담, 희난치는 10% 부담으로 ‘급여’ 비용이 확 내려가고, 특히 잦은 추적검사나 시술이 필요한 분들에겐 누적 차이가 큽니다. 또 중요한 건, 해당될 수 있는 분이 ‘몰라서’ 등록을 못 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에요. 그러니 억울해하기보다, 진단명과 과거 출혈 여부, 검사 수치(특히 PT/INR), 내시경 치료 여부 같은 정보를 정리해서 진료 때 확인해 보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6) 병원에서 이렇게 물어보면 놓치지 않는다(체크리스트)
마지막으로, 다음 질문 4가지만 준비해서 진료실에서 확인해 보면 ‘놓치는 산정특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1) “제 진단명이 산정특례(중증질환/희난치) 대상인지 확인 가능할까요?” (2) “등록이 되어 있다면, 어떤 진료까지 적용되나요? (간 관련 진료 범위)” (3) “저는 과거에 출혈 치료(정맥류 결찰 등)를 했는데, D68.4 기준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4) “PT/INR 수치가 1.7 이상 나온 적이 있는지, 기록으로 확인 가능할까요?” 이렇게 물어보면 감정적으로 서운해질 일도 줄고, 필요한 절차를 더 정확히 안내받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제도는 계속 바뀔 수 있으니, 가장 정확한 건 ‘현재 내 상태’와 ‘현재 기준’으로 주치의와 확인하는 것입니다. 건강 문제는 혼자 끌어안기엔 너무 크고, 제도는 알아야 챙길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