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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한 견과류의 식감은 참 매력적이죠. 하지만 치아·잇몸에는 의외로 부담이 된다고 하는데요. 과일과 비교한 연구, 실제 진료 사례, 치아 구조의 약점까지 짚고, 슬라이스로 안전하게 즐기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견과류 섭취는 치아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미지

 

견과류 vs 과일 중 잇몸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견과류의 건강 효능은 널리 알려졌지만, 입안에서는 어떨까요? 과일을 꾸준히 먹은 경우에는 치주낭(치주 포켓) 깊이가 감소하는 경향이 보였습니다. 즉, 입안 치아 건강 관점에서는 견과류보다 과일이 도움이 됩니다.

 

앞니로 해바라기 씨 까먹으면 치아 마모 유발 가능성

치과에서는 해바라기씨를 앞니로 ‘딱’ 하고 까먹는 습관 때문에 반달형 노치(에나멜이 파인 자국)가 생긴 사례를 자주 봅니다. 법랑질은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이지만, 한 방향으로 반복되는 하중에는 약합니다. 해바라기씨처럼 원통형 단면을 가진 작은 단단한 물질을 동일한 부위로 계속 깨면,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미세 결손이 점점 파입니다. 다른 환자분들에서는 어금니 씹는 면의 상아질이 드러날 정도로 마모가 진행돼 씹는 면이 ‘평평’해지고, 이미 크라운을 했는데도 파절이 재발하는 모습을 봅니다. 이런 경우 가장 고통스러운 증상은 ‘시림’입니다. 상아질이 노출되면 온도·삼투 자극에 예민해지거든요. 치료는 균형이 중요합니다. 모든 치아를 한꺼번에 크라운으로 덮어버리기보다, 시린 증상은 민감도 완화 처치와 생활 습관 교정으로 관리하고, 파절이 심한 부위만 선택적으로 보철을 권합니다. 핵심은 원인(딱딱한 음식 선호, 앞니로 까먹는 습관, 잦은 간식)을 줄이지 않으면 어떤 치료도 오래가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단단함 껍질을 씹으면 턱관절에 악영향

베텔넛(빈랑)은 동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씹는 열매로, 구강암 위험과 더불어 치아 마모·턱관절장애(TMD)와 유의한 상관관계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섭취 빈도와 기간이 길수록 마모와 턱관절 증상이 심해진다는 통계가 여럿입니다. 물론 우리가 즐겨 먹는 땅콩·아몬드·피스타치오 껍질의 경도는 베텔넛보다 훨씬 낮습니다. 다만 ‘낮다’고 해서 치아에 부담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몬드처럼 비교적 단단한 견과류는 깨뜨리려면 생각보다 큰 교합력이 필요하고, 그 힘은 치아의 취약 부위와 턱관절에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아주 단단한 것을 한 번 강하게 씹는 것(베텔넛)과, 비교적 덜 단단한 것을 반복해서 여러 번 씹는 것(견과류 간식 습관) 모두 누적 하중을 키운다는 점입니다. 결국 빈도·시간·양이 누적되면 치아 마모, 미세균열, 턱관절 불편이 발생하게 됩니다.

 

치아는 왜 쉽게 금이 가나

치아는 상아질(덴틴) 위에 법랑질(에나멜)이 얇게 덮인 ‘이질 소재 복합체’입니다. 이 경계는 에나멜 터프트라는 저광화 구조(무기질이 상대적으로 적은 다발)가 존재합니다. 실험에 따르면 강한 하중을 가했을 때 크랙은 겉면에서 바로 바깥으로 퍼지기보다, 약한 구역에서 먼저 시작되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자라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니, 우리는 계속 단단한 것을 씹게 되죠. 또한 뜨겁고 차가운 자극을 번갈아 받으면 법랑질과 상아질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비틀림 응력을 받아 균열이 더 자라기 쉬운 환경이 됩니다. 목 부위(치경부)가 얇아 스트레스에 취약한 것도 파절과 쐐기형 결손을 부추깁니다. 요약하면, 치아는 구조적으로 이미 불리한 출발선에 서 있고, 거기에 ‘딱딱함의 반복 하중’과 ‘온·냉 극단 교대’가 겹치면 미세균열이 누적됩니다. 그래서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습관을 바꾸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입니다.

 

견과류 안전하게 먹는 법

다만 견과류를 끊을 필요는 없으며, 섭취 방식이 중요합니다. 첫째, 통째로 ‘딱’ 깨먹기보다 슬라이스·분쇄 형태를 선택하세요. 샐러드 토핑처럼 잘린 견과류는 식감은 살리면서 순간 하중을 크게 줄여줍니다. 둘째, 앞니로 씨를 까거나 껍질을 이로 비트는 습관은 중단하세요. 셋째, 견과류는 치아 사이에 잘 끼어 일시적으로 포켓이 깊어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으니, 섭취 후 물로 헹구고 치실·치간칫솔을 사용하세요. 넷째, 오래 ‘오독오독’ 씹는 간식 습관을 줄이고, 잇몸 건강을 위해서는 과일 섭취 빈도를 높이되 너무 시거나 찐득한 가공 과일은 주의하세요. 다섯째, 턱이 뻐근하거나 클릭 소리가 나면 단단한 음식은 잠시 쉬고, 야간 이갈이 의심 시 마우스가드를 상담하세요. 여섯째, 뜨겁고 차가운 음료를 번갈아가며 마시는 습관은 피하고, 시린 증상이 있으면 민감성 치약과 불소 관리, 정기 검진으로 조기에 잡는 것이 좋습니다. 작은 습관 교정이 크라운·신경치료·임플란트로 가는 큰 수술을 막아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