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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만화책으로 만났던 북산고 5인방을 2023년 극장에서 다시 만났다. 학창 시절 북산고의 경기를 보며 쿵쾅거리던 가슴이 다시 깨어난 기분이었다.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원작 만화 '슬램덩크'의 애니메이션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관람하고 그 후기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 살아 움직이는 슬램덩크 속 캐릭터들과 이노우에 다케히코
1996년 만화책으로 발간된 원작이 레전드 반열에 올라 많은 사람들의 추억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원작자인 이노우에 다케히코는 후속 편을 제작하는 데 있어 많은 부담감이 따랐을 것이라 생각한다. 더군다나 만화 연재 당시 함께 방송된 TV 애니메이션(국내에서는 SBS에서 방영되었다.)이 원작에 비해 형편없이 제작된 것이 이노우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슬램덩크가 우리 마음속 깊은 곳 한편에 있는 듯 없는 듯 자리 잡고 있을 때, 갑작스러운 애니메이션 제작 소식이 들려왔다. 그것도 이노우에 본인이 연출과 각본을 맡은 3D 애니메이션이라니! 그 소식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속은 처음 슬램덩크를 본 순간(더 퍼스트 슬램덩크)처럼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또한 실제로 애니메이션을 관람했을 때도 원작의 작화와 거의 차이가 없어 이질감이 들지 않았고, 3D의 다양한 앵글을 통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산왕공고와의 경기를 생동감 있게 보여주었다. 만화책에서 보던 장면들이 부드럽게 이어지면서 독자들의 상상력으로 채워졌던 컷과 컷 사이의 공백이 실제로 구현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작품에 참여한 성우들도 캐릭터 본연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자연스럽게 연기하면서, 이전에 TV 애니메이션의 단점이었던 과한 연기도 개선되었다. 그야말로 이노우에 다키히코가 슬램덩크에 숨결을 불어넣은 것 같았다.
■ 주인공 송태섭
1. 문제아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주인공은 강백호가 아닌 송태섭이다. 슬램덩크의 독자라면, 북산고 5인방 중 가장 서사가 약한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을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작가의 인터뷰에 따르면, 서사가 약했던 송태섭이 오히려 비어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 나가고 싶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송태섭이 오키나와 출신이라는 설정과 누구보다 의지하던 형의 존재, 그리고 그의 부재를 통해 송태섭이 성장과정에서 겪게 되는 난관을 한 편의 성장 드라마처럼 그려내고 있다. 또한 송태섭의 이야기를 통해 원작에서 한나를 좋아하는 북산고 2학년 반항아 송태섭의 모습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으며, 그가 산왕공고와의 경기를 통해 농구선수이자 인간으로서 한 단계 성장하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2. 포인트가드 송태섭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송태섭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주인공으로 선택한 데는 그의 포지션이 포인트가드라는 점도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코트 위에서 포인트가드는 선수들을 전체적으로 관찰하며 경기를 운영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송태섭이 나머지 4명의 멤버들을 타인의 시각에서 바라보며 멤버 개개인의 이야기들을 다뤄내는 영화의 전개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 우리 모두의 '그때 그 시절'
1월 4일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국내 극장가에서 2023년 최초로 관객 100만을 돌파한 영화가 되었다. 흥행 돌풍이 하나의 사회 현상으로 비칠 정도로 뉴스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1990년대 슬램덩크를 읽으면서 자라난 '슬램덩크 키드'들의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성인이 되어 각자의 '밥벌이'를 하면서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 그때 그 시절 순수했던 자신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 만화책 신장재편판 출시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으로 원작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마침 20권짜리 신장재편판이 출시되었다고 하니 그 시절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다면 정주행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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