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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영상은 빠른 도파민으로 시선을 붙잡지만 주의력·기억·공감을 갉아먹습니다. 반대로 영화·드라마 같은 롱폼은 몰입과 휴식, 공감과 창의를 키우죠. 오늘은 숏폼을 줄이고 롱폼을 늘려야 하는 뇌과학적 이유를 쉬운 사례와 함께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영상을 보면서 즐거워하는 동양인 남성

 

숏폼은 왜 멈추기 어려운가

뇌과학자들은 숏폼이 중독과 유사한 보상 회로를 자극한다고 설명합니다. 몇 초마다 다음 영상을 예측하는 불확실성이 도파민 분비를 촉진해 “또 보기” 버튼을 스스로 누르게 만드는 구조죠. 좋아하는 고양이·강아지 영상이 끝없이 큐레이션 되면서 즉각 보상이 반복됩니다. 한국은 유튜브 시청 시간이 세계 최고 수준이며, 1인당 월평균 52시간에 달해 “그 시간에 책과 영화, 드라마를 얼마나 즐길 수 있을까”라는 아쉬움을 전합니다. 이처럼 숏폼은 빠른 보상으로 시간을 잠식하고, 멈추기 어렵게 만드는 생물학적 이유가 분명합니다.

 

숏폼 시청에 따른 주의력·기억·추론·감정의 저하

즉각보상은 달콤하지만 대가가 큽니다. 숏폼은 주의의 폭을 짧게 만들고, 계속 다른 자극으로 시선을 옮기는 데 익숙해지게 한다고 지적합니다. 단기에서 장기 기억으로의 전이가 잘 일어나지 않아, 한 시간 봐도 무엇을 봤는지 의미 있게 남지 않고 파편만 남습니다. 심지어 실제와 다른 식으로 기억되기도 하죠. “1분 만에 뇌과학 책 떠먹여 드림” 같은 요약을 보고 책 전체를 안다고 착각하거나, 가짜 정보를 거르지 못할 위험도 발생합니다. 복합적 정보를 합쳐 추론하는 힘, 과거 자전적 기억을 꺼내 공감하는 능력도 떨어져 ‘지금 당장’ 자극에만 반응하는 경향이 커집니다. 감정 역시 “웃김·무서움” 같은 1차원적 반응에 갇히고, 반복 시청은 동기부여 회로를 둔화시켜 수동성과 무기력을 키웁니다. 스스로 찾고 읽기보다 떠먹여 주는 콘텐츠만 선호하는 상태가 되기 쉽다는 경고입니다.

 

롱폼의 뇌과학: 다양한 신경전달물질과 활성화와 네트워크 각성

반대로 영화·드라마 같은 롱폼은 뇌를 넓고 깊게 씁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동안 20개가 넘는 뇌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며, 도파민뿐 아니라 노르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 등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이 관여합니다. 서스펜스가 높아질 때 코르티솔도 오르지만, 해결·카타르시스 과정에서 쾌감과 안도가 뒤따라 스트레스 해소로 이어집니다. 즉각 보상형 도파민이 아닌 ‘기다림과 몰입’ 끝에 주어지는 강력한 보상이죠. 그 결과 공감과 예측 능력이 향상되고, 복잡한 내러티브를 따라가며 관점전환(perspective taking) 능력이 자랍니다. 숏폼에서 저하되던 기억력·학습력·집중력·몰입감도 롱폼 시청 후에는 개선되는 경향이 보고됩니다. 서로 다른 뇌 네트워크 간 교류가 수평적으로 활발해지며 자유연상과 창의적 문제해결도 촉진됩니다. 새로운 정보에 대한 개방성 또한 커져 사고의 폭이 넓어집니다.

 

롱폼을 통한 휴식과 확장

일상에서 불안과 반추의 고리를 끊기 어렵다면 잘 만든 롱폼이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이야기에 몰입하는 동안 우리는 자기 고민을 잠시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삶을 ‘대리 경험’합니다. 기승전결 속에서 긴장·불안이 고조됐다가 해소되는 과정은 실제 스트레스를 비워내는 효과를 줍니다. 뇌과학자는 롱폼이 우리 뇌에 “휴식”을 제공하고, 나아가 삶의 그릇을 확장한다고 강조합니다. 현실에서 직접 겪기 어려운 관점·감정을 간접 체험하며 공감의 스펙트럼이 넓어지죠. 그가 인용한 찰리 채플린의 “인생은 리허설 없는 무대”라는 말도, 꿈·소설·영화·드라마를 통해 우리는 사실 끊임없이 삶을 리허설하고 있음을 환기합니다. 여러 감독의 작품을 참고하듯,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나라는 영화의 더 나은 ‘감독’이 될 수 있다는 통찰로 글을 맺습니다.

 

숏폼 줄이고 롱폼 늘리기

현실적으로 숏폼을 완전히 막기 어렵다면 “차라리 롱폼 습관”을 제안합니다. 진짜 재밌는 드라마를 정주행 하거나 좋은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편이 숏폼 10~20편을 연속 재생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메시지죠. 물론 24~48시간 무리한 몰아보기는 권하지 않습니다. 하루의 일부를 롱폼 몰입 시간으로 확보하고, 가족과 같이 보고 이야기 나누는 루틴을 만들면 공감·기억·집중을 회복하는 데 더 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