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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많이 마시면 배가 안 고파 끼니를 거르기 쉬워 영양불균형이 생깁니다. 알코올 간질환은 ‘영양제 하나’가 아니라 충분한 칼로리·단백질·미세영양소를 음식으로 채우는 게 핵심입니다.

 

술 때문에 간질환에 고민하는 40대 한국인 남성

 

1) 영양제 하나로 해결? 가장 흔한 착각부터 끊기

건강이 걱정될수록 ‘이 영양제만 먹으면 괜찮겠지’라는 마음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알코올과 관련된 간 문제는 특히 더, 영양제 하나로 뒤집기 어렵습니다. 핵심은 “간을 좋게 하는 무언가”를 추가하는 게 아니라, 술로 인해 무너진 ‘먹는 구조’를 다시 세우는 데 있어요. 술을 마시면 칼로리는 들어오는데(그것도 꽤 많이), 정작 끼니는 줄어들기 쉽습니다. 배가 덜 고프니까 밥을 안 먹고, 안주도 대충 먹고, 그러다 보면 몸은 에너지도 애매하고 단백질과 비타민·미네랄은 더 부족해지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특히 알코올 간질환에서는 영양불균형이 흔하고, 이 영양 상태 자체가 예후에 영향을 줍니다. “살이 좀 쪘으니 영양은 괜찮겠지”도 착각일 수 있어요. 체지방이 많아도 단백질이나 미세영양소가 부족한 경우가 충분히 생깁니다. 결국 해야 할 일은 ‘특효약 찾기’가 아니라, 오늘 한 끼를 제대로 먹는 것입니다.

 

2) 술 칼로리, 표시가 없어서 더 위험합니다

술이 살찌는 이유를 “안주 때문”이라고만 생각하기 쉬운데, 술 자체 칼로리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주류에 칼로리 표시가 없는 경우가 많아 감이 안 온다는 점이에요. 알려진 수치로 보면 소주 한 병(일반 유리병 기준)이 대략 320~340kcal 수준이고, 맥주 500ml 캔은 약 236kcal 정도입니다. 막걸리는 자주 마시는 제품 기준으로 한 병이 약 370~378kcal로 소개됩니다. 숫자만 보면 와닿지 않으니 비유로 정리해 볼게요. 포도주 한 잔은 케이크 한 조각, 소주 한 병은 햄버거 하나, 호프집 유리병 맥주(대략 200kcal 수준)는 닭다리 하나, 위스키 작은 잔은 바나나 한 개 정도로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술로 칼로리를 꽤 먹었는데도 ‘식사로 들어온 칼로리’가 아니기 때문에 몸은 필요한 영양을 채우지 못한 채 빙빙 돌기 쉽습니다. 그래서 술을 많이 마시는 날일수록 오히려 제대로 된 식사가 더 중요해집니다.

 

3) “배가 안 고파요”가 영양불균형의 시작

술을 자주 마시는 분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이상하게 밥이 안 들어가요.” 이게 정말 큰 함정입니다. 술은 칼로리가 높은데도 포만감과 식사 패턴을 망가뜨려서, 끼니를 거르고 단백질·비타민·미네랄을 놓치게 만들기 쉽습니다. 그리고 알코올 간질환에서는 이런 영양불균형이 단순히 ‘컨디션 문제’로 끝나지 않습니다. 영양 상태가 나쁘면 같은 간 상태여도 더 빨리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에요. 특히 “뚱뚱해서 괜찮다”는 판단이 위험합니다. 몸집이 있어 보여도 미세영양소(엽산, 티아민 등)나 단백질이 부족할 수 있고, 과체중·비만에서도 영양불균형은 충분히 나타납니다. 그래서 알코올 관련 간 문제에서는 유난히 “잘 드셔야 합니다”를 강조하게 됩니다. 결국 목표는 단순합니다. 술 마시는 날일수록, 더 의식적으로 ‘진짜 음식’을 챙기는 것. 배고픔 신호를 믿기 어려우니, 계획적으로 먹어야 합니다.

 

4) 단계별로 달라지는 ‘하루 칼로리·단백질’ 기준

알코올 간질환은 보통 알코올성 지방간 → 알코올성 간염 → 알코올성 간경화 순으로 무게가 달라집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몸이 쓰는 에너지도 늘고, 필요한 영양도 더 빡빡해집니다. 먼저 알코올성 지방간 단계에서는 하루 체중(kg)당 20~40kcal 정도의 섭취가 제시됩니다. 예로 60kg이면 음식으로만 약 2,400kcal를 먹어야 한다는 설명이 나옵니다(술로 채우는 칼로리가 아니라 ‘식사 칼로리’ 기준). 단백질은 체중 kg당 1.0~1.5g, 즉 60kg이면 최소 60g 정도를 목표로 합니다. 지방은 특히 불포화지방산 형태로 전체의 15~20% 정도를 권장한다고 합니다. 알코올성 간염으로 넘어가면 간이 에너지를 더 많이 쓰기 때문에 칼로리는 35~40kcal/kg로 더 올리고, 단백질도 1.2~1.5g/kg로 더 필요해집니다. 알코올성 간경화 단계에서도 칼로리와 단백질을 충분히 챙기는 것이 기본이라고 강조됩니다. 정리하면, “간이 안 좋으니 적게 먹어야지”가 아니라, 특히 알코올 관련 문제에서는 ‘제대로 먹는 게 치료의 바닥’이 됩니다.

 

5) 멀티비타민이 필요한 이유: 미세영양소가 줄줄이 부족

칼로리와 단백질만 채우면 끝일까요? 아쉽지만 알코올 간질환에서는 그게 끝이 아닙니다. 연구된 내용으로 알코올을 자주 마시는 경우 엽산, 티아민(비타민 B1), 비타민 D, 비타민 A, 마그네슘, 아연 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즉, 겉으로는 열량을 채운 것 같아도 몸을 굴리는 ‘작은 부품’들이 비어 있는 상태가 되기 쉽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외래 진료에서 간 보호제와 함께 멀티비타민(예: 삐콤C 같은 형태)을 같이 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과용이 아니라 ‘기본을 채우는 수준’입니다. 하루에 한 알 정도를 기준으로, 병원에서 처방을 받거나 처방이 어려우면 시중 제품(예: 센트룸 같은 멀티비타민)을 하나 선택해 꾸준히 먹는 식으로 접근합니다. 물론 개인 질환이나 복용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최종 결정은 의료진과 상의하는 게 안전합니다. 다만 큰 방향은 분명합니다. 술을 자주 마신다면, 미세영양소 결핍은 생각보다 흔하고, 작은 결핍들이 쌓여 컨디션과 회복력을 갉아먹습니다.

 

6) 안주가 문제입니다: 김치 쪼가리 말고 ‘단백질 안주’로

“술만 줄이면 되지”가 정답이긴 합니다. 하지만 당장 술을 못 줄이는 상황도 현실적으로 많죠. 그럴 때 최소한 바꿔야 할 게 안주입니다. 대충 집어 먹는 김치 한 조각, 멸치 몇 마리로 버티는 식의 안주는 ‘뭔가 먹긴 먹었다’는 위안만 줄 뿐, 단백질과 필수 영양을 채우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알코올 간질환에서는 단백질 요구량이 분명히 제시될 정도로 중요합니다. 그러니 안주를 고를 때도 “간에 좋은 음식” 같은 이미지보다 “단백질이 되는가”를 먼저 보게 됩니다. 결국 술자리를 완전히 끊지 못하는 날이라면, 술 칼로리로 배를 채우지 말고 음식으로 칼로리와 단백질을 확보해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잘 챙겨 먹기’는 거창한 보양식을 뜻하지 않습니다. 오늘 필요한 단백질과 식사량을 채우는 현실적인 선택이 쌓여야 몸이 버팁니다. 술자리 다음 날 유난히 무기력하고 회복이 더딘 이유도, 전날 술만 마시고 ‘음식’을 제대로 못 먹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 중에 술로 건강이 무너지는 사람이 있으면, 서운함과 분노가 쌓이는 게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말도 안 듣고 또 마시고, 약속도 어기고… 그 마음을 어떻게 쉽게 정리하겠어요. 그런데 여기서 정말 현실적인 문제가 하나 생깁니다. 화가 난다고 밥까지 안주면, 영양 상태가 더 빨리 무너져 예후가 나빠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미운 감정은 감정대로 존재하더라도, 식사는 별개로 챙겨야 ‘버티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알코올 간질환에서 영양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되는 기본값에 가깝습니다. 잘 먹는 사람이 무조건 좋아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이 부분은 개인 상태에 따라 달라져서 잘 모르겠습니다), 영양이 무너진 상태가 위험하다는 방향성만큼은 분명하게 강조됩니다. 술을 끊게 만드는 일은 어렵고 오래 걸립니다. 그 사이에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도움은 “제대로 먹게 해주는 것”일 수 있습니다. 밥 한 끼가 결국 치료의 일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