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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끝나고 시원한 맥주 한 잔, 다들 고민하시죠. 연구에 따르면 한두 잔은 회복에 큰 지장 없지만, 세 잔 이상부터는 근육 회복과 단백질 합성을 뚜렷이 방해합니다. 오늘은 운동 후 마시는 술이 근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잔은 괜찮을까? 연구로 본 안전성
러닝 붐 속에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운동 후 맥주 한 잔, 괜찮나요?”입니다. 속설로는 500cc 한 잔(알코올 약 25g)이 갈증도 달래고 탄수화물도 보충하니 오히려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죠. 뉴질랜드 메시대학(2011)은 이센트릭 수축으로 대퇴사두를 강하게 손상시킨 뒤, 한 그룹엔 체중당 0.5g의 알코올(보드카), 다른 그룹엔 칼로리를 맞춘 음료를 제공하고 36·60시간 후 근기능을 비교했습니다. 결과는 두 그룹 모두 기능 저하가 있었지만 차이는 없었습니다. 즉 저용량(체중당 0.5g, 미국 표준잔 2~3잔 수준, 우리 감각으로는 맥주 1~2잔, 총 500ml 내외)의 가벼운 음주는 근손실이나 회복 지연에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결론입니다. 한국 기준 ‘한 잔’이 200~250ml라면, 운동 후 정말 소량의 맥주 한두 잔은 대체로 “괜찮다”에 손을 들어준 셈입니다.
중등도·고용량부터는 근손실 위험 높아진다
문제는 양이 늘어날 때입니다. 같은 연구진이 체중당 1.0g 알코올로 올려보니(70kg 기준 맥주 약 1,400ml 수준) 36·60시간 후 근기능 저하가 무알코올 음료군보다 확실히 컸고, 다음 날 근력 테스트에서도 힘 손실이 1.4~2.8배 더 크게 나타났습니다. 즉 운동 직후 ‘3,000cc를 둘이 나눠 마시는’ 정도의 중등도 음주만으로도 회복은 눈에 띄게 둔해집니다. 용량을 더 올린 호주 연구(체중당 1.5g, 70kg라면 맥주 2,000ml 조금 넘거나 소주 1병 반 수준)는 근육 단백질 합성(MPS)을 직접 측정했습니다. 운동 후 단백질만 먹은 대조군에 비해 알코올+단백질을 섭취하면 MPS가 24% 감소, 알코올+탄수화물은 37%나 감소했죠. 모든 경우에서 운동 자체가 MPS를 끌어올리긴 했지만, 술이 끼는 순간 상승폭이 크게 깎였습니다. 결론은 명확합니다. 중등도 이상으로 마시면 회복과 적응(근성장, 퍼포먼스 향상)에 분명한 브레이크가 걸립니다.
왜 회복이 느려질까? 몸속에서 벌어지는 일들
알코올은 용량-반응 관계로 해가 커집니다. 먼저 호르몬 면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코티솔)을 올리고 테스토스테론을 낮춰 근육 합성 신호를 약화시킵니다. 이뇨 작용으로 탈수·전해질 불균형을 유발해 혈류와 노폐물 배출이 느려져 통증과 경련 위험이 커지고, 다음 날 수행능력도 떨어집니다. 간 대사도 문제입니다. 술은 간의 포도당 신생합성을 방해해 운동 후 혈당이 비정상적으로 떨어질 수 있고, 이때 몸은 아미노산을 끌어다 혈당을 맞추려 하니 근단백 분해가 촉진될 소지가 있습니다. 분해 과정의 아세트알데하이드는 활성산소와 염증을 크게 유발해 합성은 누르고 분해는 부추기는 이중 타격을 줍니다. 게다가 알코올은 근육의 포도당·아미노산 활용 능력까지 떨어뜨려 연료 효율을 망칩니다. 다만 저·중등도 음주 조건에서 즉시적인 근력·파워·근지구력, 지연성 근육통(DOMS)은 큰 차이가 없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저용량 기준 실험이 많습니다). 요약하면 ‘적당히는 괜찮지만 많이 마시면 해롭다’는 상식이 데이터로 확인된 셈입니다.
언제 마실까? 타이밍과 빈도가 답이다
운동 직후 2시간 동안은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충분히 넣어야 글리코겐이 채워지고 근단백 합성 신호가 제대로 켜집니다. 이때 500cc를 ‘원샷’하면, 알코올은 영양이 아니라 합성 신호를 방해하는 손님이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운동 직후 즉시 음주는 비추, 최소 2시간은 영양·수분·전해질 보충에 집중하세요. 빈도도 결정적입니다. 가끔 한두 잔은 대부분 큰 문제가 없지만, 운동할 때마다 습관적으로 마시거나 중등도 이상으로 자주 마시면 누적 손실이 큽니다. 고용량 조건에서 MPS가 24~37% 깎였다는 수치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 상태로 한 달을 반복하면 “운동한 만큼 안 오른다”는 체감이 들고, 더 몰아붙이다가 오버트레이닝과 부상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집니다.
달리고 마셔도 손해 덜 보는 법
1) 먼저 먹고, 나중에 마시기: 운동 직후 2시간 안에 단백질 20~25g과 탄수화물을 충분히 섭취한 후 음주를 하세요. 단백질을 곁들이면 알코올의 MPS 억제 효과가 어느 정도 완화됩니다. 2) 수분·전해질 보충: 알코올 도수 4% 이상 음료는 이뇨가 심합니다. 물을 함께 마시고, 장거리 러닝·고강도 근력운동 후 전해질도 챙기세요. 3) 양 조절: ‘한두 잔(200~250ml 기준)’을 넘기지 않는 걸 기본 규칙으로 하고 3잔 이상은 자제하도록 합니다. 4) 빈속 금지·단백질 안주: 술만 마시는 건 최악의 선택. 5) 수면 확보: 음주는 수면 질을 떨어뜨리니 더 길고 깊게 자는 전략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