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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레스테롤은 없어선 안 될 필수 영양소지만, 상한 혈관에선 악역이 됩니다. 총 콜레스테롤 수치만 보고 불안해하지 말고, LDL과 개인 위험단계를 기준으로 침착하게 관리하세요.

콜레스테롤, 나쁜 게 아니라 ‘필수’부터
콜레스테롤은 에너지원이 아니라 세포막·호르몬의 재료입니다. 없으면 생명이 유지되지 않기에, 간이 밤새 스스로 합성해 공급합니다. 콜레스테롤을 “나쁜 것”으로만 묶어 두면 관리가 틀어집니다. 칼로리를 내는 연료는 아니지만, 우리 몸 모든 세포막에 일정 비율로 박혀 투과성을 조절하고 구조를 지탱합니다. 이게 무너지면 물과 전해질, 각종 분자의 출입이 뒤틀려 세포 기능 자체가 흔들립니다. 또 스트레스를 버티게 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과 남녀 성호르몬의 공통 원료가 바로 콜레스테롤입니다. 부족하면 성기능 저하, 스트레스 내성 저하가 찾아오고 심하면 생존 자체가 위험해집니다. 몸은 이를 알기에 간에서 포도당을 바탕으로 콜레스테롤을 합성해 정소·난소·부신 등으로 보냅니다. 체질적으로 정해진 합성의 “세팅값”이 있어, 식단으로 잠시 낮춰도 다시 일정 수준으로 회귀하는 일이 흔합니다. 그래서 수치만 보고 호들갑을 떨기보다, 콜레스테롤이 왜 필요한 지부터 이해하는 게 관리의 출발점입니다.
혈관이 상할 때만 ‘악역’이 된다
건강한 혈관에선 콜레스테롤이 문제를 거의 일으키지 않습니다. 고혈압·흡연 등으로 내막이 상하면 LDL이 붙고 염증이 이어져 동맥경화가 진행됩니다. 핵심은 혈관 상태입니다. 40대 이후, 고혈압이나 흡연, 당뇨 등으로 혈관 내벽이 상처를 입으면 작은 틈이 생기고, 원래 정소·난소·부신으로 가야 할 콜레스테롤이 그 상처에 들러붙기 시작합니다. 특히 혈액을 떠도는 LDL 택배상자 안의 콜레스테롤이 쌓이며 산화·변성되고, 몸은 이를 “이상물질”로 인식해 만성 염증 반응을 일으킵니다. 이것이 동맥경화의 본질입니다. 안쪽으로 부풀다 터지며 혈전이 생기면 뇌경색, 바깥으로 파열되며 출혈되면 뇌출혈이 됩니다. 즉 뇌졸중·심근경색은 대부분 동맥경화라는 중간 단계를 거칩니다. 그래서 “혈액 내 콜레스테롤을 줄이면 동맥경화가 덜 생긴다”는 가설이 약물 연구로 검증되었고, 고지혈증이 치료 타깃이 된 겁니다. 요약하면, 콜레스테롤 자체는 필수지만, 손상된 혈관 환경에 과잉의 LDL이 오래 떠다니는 것이 문제를 키웁니다.
총 콜레스테롤 대신 LDL과 ‘단계’로 판단
총콜레스테롤은 좋은 HDL과 나쁜 LDL을 합친 값이라 혼란을 줍니다. LDL 수치와 내 위험단계(일반·고위험·질환 보유)로 관리 강도를 정하세요. 혈액검사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총 콜레스테롤을 내려놓는 겁니다. 총콜레스테롤 은 HDL(청소·회수), LDL(동맥경화 유발 가능), VLDL 등을 모두 더한 값이라, 높고 낮음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관건은 LDL입니다. 내가 50세 이전, 고혈압·흡연·당뇨·기왕의 동맥경화가 없는 “일반” 단계라면 LDL이 다소 높아도 과도한 불안은 금물입니다. 다만 160mg/dL을 넘기면 생활습관 교정을 서두르고, 수년간 떨어지지 않으면 약물치료를 진지하게 고려합니다. 반대로 동맥경화가 확인됐거나, 고혈압·흡연 등 위험요인이 겹치면 160을 넘길 때 약물로 낮추는 쪽이 유리합니다. 이미 뇌졸중·심근경색을 겪었거나 중증 동맥경화가 있으면 수치가 어떻든 목표는 LDL 70mg/dL 이하이며, 이 수준은 생활습관만으로 거의 불가능해 약이 필수입니다. 즉 “내가 어느 단계인가”를 먼저 정하고 LDL을 읽어야 현명합니다.
식단과 다이어트의 함정: 저탄고지, 달걀, 탄수화물
콜레스테롤은 섭취(달걀 노른자 등)와 합성(대부분 탄수화물 유래)으로 올라갑니다. 저탄고지라도 콜레스테롤 과잉 섭취 땐 LDL이 상승할 수 있습니다. 콜레스테롤은 두 가지로 많아집니다. 첫째, 달걀 노른자 등 콜레스테롤이 많은 식품을 직접 섭취할 때. 둘째, 간이 탄수화물(포도당)을 재료로 합성할 때입니다. “기름을 줄였는데 왜 올라가죠?”라는 질문엔, 탄수화물 과잉 섭취로 간 합성이 늘었을 가능성을 답합니다. 반대로 저탄고지 다이어트도 안전지대가 아닙니다. 삼겹살 같은 식품엔 에너지원인 중성지방과 함께 콜레스테롤이 동승합니다. 운동으로 중성지방은 태울 수 있어도, 콜레스테롤은 에너지원이 아니어서 남으면 쌓입니다. 그래서 저탄고지 중에도 LDL이 오를 수 있습니다. 또 단백질·지방을 과도하게 줄이면 결국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 합성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체질적으로 간의 “세팅값”이 있어 식단으로 내린 수치가 다시 오르는 반등도 흔합니다. 현실적인 해법은 콜레스테롤이 많은 식품 섭취를 줄이고, 꾸준한 운동으로 호르몬 활용을 돕는 것. 다만 생활습관의 조절 여력은 제한적임을 인정하고, 필요시 약을 병행하는 태도가 현명합니다.
검사와 약, 오해 바로잡기
중성지방은 8–12시간 금식 후 측정해야 정확합니다. HDL은 일부러 올리기 어렵고, 스타틴은 이득이 큰 약이니 부작용은 의사와 조정하세요. 혈액 속 지질은 물에 안 녹아 단백질 상자에 실려 다닙니다. LDL은 콜레스테롤을 말말아 보내는 “배송 상자”, HDL은 여기저기 뿌려진 콜레스테롤을 회수해 간으로 되돌리는 “청소 상자” 정도로 이해하면 쉽습니다. 그래서 LDL을 낮추고 HDL을 올리려 애쓰지만, 문제는 HDL입니다. HDL만 올리는 약은 지난 20여 년간 임상에서 부작용과 효과 부족으로 좌절됐고, 현재 의학적 표준 치료가 아닙니다. 영양제나 비법으로 HDL을 인위적으로 올리려는 집착은 내려놓는 게 좋습니다. 중성지방(TG)은 에너지원이라 식사 직후 훅 오릅니다. 삼겹살 한 끼 뒤엔 500 이상 치솟을 수 있어, 반드시 아침 금식(8–12시간) 채혈이 원칙입니다. 낮에 바로 뽑은 TG로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약물은 스타틴이 표준입니다. 전신의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해 LDL을 강력히 내립니다. 간뿐 아니라 근육 세포도 합성이 줄어 드물게 근육통을 느낄 수 있지만, 임상시험·시판 후 조사에서 안전성 기준을 충족합니다. 수치 이상이 없어도 불편이 있다면 의사와 용량·종류 조정, 간헐 복용 등을 상의하세요. 고혈압·고지혈증은 자각증상이 없기에, 불편감만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건 더 큰 위험을 부릅니다.